[영화 '화차' 중]<br />"내가 청첩장이 나와서 그거 가지고 안동 집에 인사하려고 같이 내려갔는데. 얘가 선영이야, 강선영. 얘를 찾다 보니까 얘가 선영이가 아니래."<br /><br />[앵커]<br />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다 결국 거짓말 속에 인생을 가둔 사람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요.<br /><br />그런데 현실에서도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.<br /><br />중고 명품 사기범 부부를 잡고 보니 아내의 끝 모를 거짓 인생이 드러났습니다.<br /><br />사회1부 정현우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.<br /><br />Q1. 경찰도 처음엔 부부 사기단인 줄 알았다고요?<br /><br />A1. 네, 지난 8월 인터넷 중고 명품 거래 커뮤니티에서 피해자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.<br /><br />울산에 사는 여성이 중고 명품 가방이나 보석을 산다며 피해자들에게 퀵서비스로 물건만 받아 챙기고 연락을 끊은 건데요.<br /><br />여성이 SNS 프로필에 가족사진까지 올려놓고 신원이 확실한 듯 행세하자 속은 겁니다.<br /><br />피해자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 9월 거주지인 울산에서 부부를 검거했습니다.<br /><br />Q2. 지금까지는 평범한 사기 같은데 반전이 있다고요?<br /><br />A2. 경찰은 이 부부를 사기 혐의로 구속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는데요.<br /><br />경찰 수사 때 진술을 거부했던 남편이 검찰에서 입을 열기 시작합니다.<br /><br />자신도 사기 결혼 피해자고 아내의 사기 행각은 전혀 몰랐다는 겁니다.<br /><br />결혼할 때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을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의 상속녀라고 소개했는데요.<br /><br />상속 분쟁 해결에 쓸 돈이라며 남편과 시댁에서 4억 원을 받아가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Q3. 남편은 왜 뒤늦게 입을 연 거예요?<br /><br />A3. 경찰 수사를 받을 때만 해도 아내를 믿었던 것 같습니다.<br /><br />취재해 보니 여성은 검거 직전 남편에게 진술을 거부하라고 시켰고 법원 구속영장 심사에도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요.<br /><br />남편은 아내 말대로 영장 심사에 불출석했는데 정작 아내는 혼자 출석한 뒤 남편도 공범이라고 주장한 겁니다.<br /><br />아내 말을 따랐는데 졸지에 공범으로 구속되자 남편도 그제야 아내를 의심하며 그간의 말과 행적을 되짚어 본 걸로 보입니다.<br /><br />Q4. 남편에게까지 이런 거짓말을 왜 한 건가요?<br /><br />A4. 검찰은 이번 사건의 성격을 '현대판 리플리'라고 설명했습니다.<br /><br />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고 거짓말을 반복하는 인격장애를 '리플리 증후군'이라고 하는데요.<br /><br />아내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궁지에 몰리자 상속 문제로 검사와 경찰인 오빠들이 자신을 모함했다는 주장을 펼쳤는데요.<br /><br />그런데 이 말조차 거짓이었습니다.<br /><br />상속녀가 아닌 건 물론이고 오빠나 형제자매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.<br /><br />과거 아내의 거짓말도 속속 밝혀졌습니다.<br /> <br />가족에게 지난 3월 자신이 세쌍둥이를 출산했다고 했는데요.<br /><br />신생아 사진까지 보여줬지만 엉뚱한 아이들에 산모 이름만 바꿔 찍은 가짜 사진이었던 겁니다.<br /><br />아이들을 보여주진 않고 다른 곳에 맡겨 키우고 있다며 계속 둘러대 속였다고 합니다.<br /><br />Q5. 부부의 처벌 수위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겠네요?<br /><br />A5. 아내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요.<br /><br />사기 결혼 피해를 진술하면서 남편은 지난 10월 구속이 취소돼 풀려났습니다.<br /><br />또, 추가 수사를 거쳐 최근 사기 혐의도 벗을 수 있었습니다.<br /><br />거짓말로 남편 인생까지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아내, 소름 끼칩니다. <br /><br />사건을 보다였습니다.
